"좋은 배우로 평가받기보다는, 좋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받고 싶어요.
"I don't want to be thought of as a good actress. I want to be thought of as someone who makes good choices because that's the kind of artist I want to be."
[2016년 The Guardian]
앤 해서웨이는 가장 흥미로운 진화를 보여준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마치 나비의 일생처럼,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애벌레 시기를 지나 '레미제라블'의 화려한 나비가 되었다.
해서웨이의 가장 큰 강점은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한 우아함과 현대적 과감함의 절묘한 조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보여준 세련된 변신은 헵번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떠올리게 하지만, '레이첼 결혼하다'의 날것의 연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배우로 보이기도 한다.
좀 더 가깝게는 줄리아 로버츠와 비교되기도 한다. '프리티 우먼'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해서웨이도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진지한 드라마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어서다. 그런데 해서웨이는 줄리아 로버츠보다 더 빠르게, 더 과감하게 변신을 시도했다.
1982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해서웨이는 어린 시절부터 공연예술과 가까웠다. 변호사였던 어머니는 과거 무대 배우였고, 이는 어린 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3세에 올 세인츠 교회에서 공연한 것이 그녀의 첫 무대였다. 11살 때 '레미제라블' 공연을 보고 배우의 꿈을 가졌는데 후일 그녀는 같은 작품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해서웨이의 감격적인 수상소감이 불편했던 사람들은 'Hathahaters'(해서웨이 증오자들)가 되었지만, 배우가 되고자 했던 계기가 된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아카데미를 수상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오지 않는 일이기에 당시에는 여론이 좋지 않았던 수상소감으로 그녀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앤 해서웨이의 대표작 4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The Devil Wears Prada, 2006)
현대 패션 산업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의 완벽한 앙상블이 빛나는 영화다. 단순한 패션 영화를 넘어 야망, 성공, 자아실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패션 업계의 문외한인 앤디(앤 해서웨이)는 패션 매거진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의 어시스턴트가 된다. 완벽을 추구하는 미란다의 끝없는 요구사항과 싸우면서, 앤디는 점차 패션 업계에 매료되지만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을 느낀다.
해서웨이는 이 역할을 위해 실제 보그 매거진의 어시스턴트로 일주일간 일했다. 영화에서 입은 의상들은 총 123벌로, 패션의 변천사를 보여주듯 앤디의 성장을 의상으로 표현했다. 특히 메릴 스트립은 미란다 캐릭터 연구를 위해 안나 윈투어를 관찰했지만, 의도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성공'이라는 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패션 업계의 이야기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가치관과 야망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다. 특히 마지막에 앤디가 미란다의 제안을 거절하는 장면은,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미란다: "모든 사람이 내 자리를 원해. 하지만 그만한 희생을 할 준비가 된 사람은 없어."
앤디: "하지만 그게 제가 원하는 삶은 아니에요."
미란다: "오, 그래? 그럼 왜 여기 있지?"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메릴 스트립 : 모든 여배우들의 롤모델
"제가 마흔이 되자마자, 마녀 역할만 세 차례 제안받았어요. 전 그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죠. '아하, 이렇게한다 이거지? 좋아, 나는 모든 마녀 역할을 다 해내겠어.'"- "I was offered a witch three times
dust-in-real.tistory.com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2012)
토마 후퍼 감독의 야심작으로,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녹음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혁신을 이뤘으며, 해서웨이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파리의 여공 판틴(앤 해서웨이)은 사생아인 딸 코제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공장에서 쫓겨난 후, 그녀는 머리카락을 팔고, 이를 빼고, 결국 매춘부로 전락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딸을 생각하며 '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해서웨이는 이 역할을 위해 25파운드(약 11kg)를 감량했고, 실제로 머리카락을 잘랐다. 'I Dreamed a Dream' 장면은 단 4번의 테이크로 완성되었으며, 감독은 첫 번째 테이크를 그대로 사용했다. 또한 해서웨이는 19세기 프랑스 매춘부들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수개월간 문헌 조사를 했다.
판틴의 8분이라는 짧은 등장 시간은 영화 전체를 압도한다. 특히 'I Dreamed a Dream' 장면에서 보여주는 절망과 한탄은 뮤지컬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해서웨이는 노래를 '부르는' 대신 '연기'했고, 이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감정적 체험을 선사했다.
명대사
"Life has killed the dream I dreamed."
"현실이 내가 꿈꾸던 꿈을 죽여버렸어."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걸작으로, 인류의 생존과 부녀의 사랑을 우주적 스케일로 그려낸 작품이다. 해서웨이는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을 동시에 지닌 과학자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우주여행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된 미래, NASA 과학자 브랜드 박사(앤 해서웨이)는 쿠퍼(매튜 맥커너히)와 함께 새로운 거주 행성을 찾아 나선다. 시간의 상대성과 싸우며, 그들은 인류 구원과 개인의 감정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해서웨이는 역할을 위해 우주 물리학과 상대성 이론을 공부했으며, 실제 우주복을 입고 40kg의 장비를 메고 촬영했다. 아이슬란드의 극한 환경에서 진행된 촬영은 실제 우주 탐사와 같은 고립감을 선사했다고 한다.
영화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과학적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특히 브랜드 박사가 "사랑은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차원을 초월하는 힘"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SF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철학적 깊이를 선사한다.
명대사
"Love is the one thing we're capable of perceiving that transcends dimensions of time and space."
"사랑은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것들 중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초월하는 유일한 것이에요."
레이첼 결혼하다 (Rachel Getting Married, 2008)
조나단 드미 감독의 이 작품은 해서웨이의 연기 변신의 시작점이었다. 다큐멘터리 같은 촬영 기법으로 가족의 상처와 화해를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긴 한데, 이 작품에서의 앤 해서웨이의 불편한 마약 중독자 연기가 매우 인상 깊었다)
약물 중독 치료를 받고 있던 키미(앤 해서웨이)는 언니 레이첼의 결혼식을 위해 임시 퇴원한다. 겉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가족의 오래된 상처와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해서웨이는 실제 약물 중독 재활 센터의 모임에 참석하며 연구했고, 감독은 배우들에게 즉흥 연기를 요구했다. 결혼식 장면은 실제 결혼식처럼 연속 촬영되었으며, 배우들은 3일 동안 캐릭터의 상태를 유지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두었던 상처들이 결혼식이라는 축제 속에서 터져 나오는 모습은 불편하지만 강렬하다. 특히 키미의 결혼식 축사 장면은 영화사에 남을 만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명대사
"I'm Shiva the destroyer, your harbinger of doom."
"난 파괴의 신 시바, 당신들의 불길한 징조예요."
앤 해서웨이를 둘러싼 논란과 진실
사기꾼과 4년 교제 후 충격적 결별 (2008)
2004년부터 이탈리아의 사업가 라파엘로 폴리에리와 4년간 사귀었으나 폴리에리가 사기 혐의로 체포되고, 수백만 달러의 투자 음모에 가담한 죄로 4년 6개월형을 선고받아 결국 2008년에 헤어지게 되었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있었다. 폴리에리의 측근이 해서웨이가 FBI에 폴리에리를 넘겼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FBI가 압수한 폴리에리의 컴퓨터 파일에 해서웨이의 누드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거기에 폴리에리가 사귀던 시절 해서웨이에게 선물했던 2만 5000달러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비롯한 여러 귀금속들도 압수당했다.
Anne Hathaway’s Con-Artist Ex Is Out of Jail and Back in the Headlines
A decade after his prison sentence, Hathaway’s ex is claiming that he is back in the game of investing.
www.vanityfair.com
아카데미 시상식 드레스 교체 스캔들 (2013)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앤 해서웨이는 원래 발렌티노 드레스를 입을 예정이었으나, 같은 영화에 출연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드레스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고 시상식 직전에 프라다 드레스로 변경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인해 패션 업계와 대중에게 잠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후 공식 성명을 통해 "다른 사람의 드레스와 너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급히 결정하게 되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Anne Hathaway Apologizes for Oscars Wardrobe Switch | TIME.com
She blames it on "a dress worn to the Oscars that is remarkably similar to the Valentino I had intended to wear."
style.time.com
'앤 해서웨이 증오증' (2013)
2013년, 앤 해서웨이는 '레미제라블'의 판틴 역으로 골든글로브, SAG, BAFTA,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휩쓸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당시 "It came true..."(꿈이 이루어졌어요)라며 시작한 그녀의 소감은 "너무 연습된", "과하게 완벽주의적인",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논란이 되었고, 'Hathahate'(해서웨이 증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유아인과 비슷한 케이스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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